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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표 던진 쪽이 오히려 강동구 지지층"…'집행부 퇴진' 요구 높아
2009년 12월 03일 (목)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MB특보 출신 김인규 KBS사장의 퇴진을 위해 KBS노동조합이 진행한 총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된 것을 두고, KBS내부에서는 "반대표를 던진 쪽이 오히려 강동구 집행부의 지지층이다. '김인규 퇴진투쟁'에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았던 강동구 위원장 역시 속으로는 '부결'을 바랐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 직원 A씨는 부결 원인에 대해 "KBS내에는 공영방송의 소명보다는 임금, 복지 등을 중요시하는 무리가 존재한다. 총파업 찬성표가 재적과반수를 넘기는 것이 KBS구조에서는 쉽지 않다"며 "반대한 1500여명에는 보도국 고참기자들, 기술직군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지난 달 25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여의도 KBS본관 6층 사장집무실 앞에 앉아있는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왼쪽)과 강동구 KBS노조위원장(오른쪽). ⓒ곽상아
A씨는 "특히 기술직군은 규모가 커서 투표를 안하면 표시가 나니까 다 참여해서 반대표를 던진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주목할 만한 것은 총파업 반대표를 던진 쪽이 도리어 강동구 집행부의 고정 지지층이라는 것이다. '김인규 퇴진투쟁'에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았던 강동구 위원장 역시 속으로는 부결을 바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원 B씨 역시 부결 원인에 대해 "조합원들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반대표를 던진 KBS내부 몇몇 직군은 기본적으로 공영방송인으로서 의식이 없는 것"이라며 "'월급만 올려주면 되지 않느냐' '나서봤자 우리만 손해다' '쪽팔리지만 김인규는 능력있다' '이병순보다는 낫다'는 건데 이같은 이기주의적, 편의주의적 생각이 결과적으로 '부결'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B씨는 "지난 몇년 사이 노조의 리더십이 약해졌고, 이제 회사측의 입장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조가 제대로 일을 하면 직원들도 노조를 따라갈 텐데 그러지 못하니까 (노조에) 기댈 수 없는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노조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현 노조는 앞으로 '식물노조' 체제가 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는 노조 간판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노조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이제 노사가 함께 수신료 인상에 매진하자'거나 '노조와 함께 공정방송을 해나가겠다'는 등의 발표들을 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S내부에서는 '집행부 퇴진'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한 보도본부 조합원은 "더이상 집행부가 노조원들을 설득해낼 수 없다. 집행부의 퇴진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 1년간의 행태를 볼때 현 집행부가 그런 상식적 결정을 내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와 별개로 기본적으로 김인규 반대 투쟁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며 "보도본부 내에서도 노조와 관계없이 해나갈 수 있는 투쟁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른 조합원 역시 "이번 노조 집행부는 더이상 KBS에서 설 땅이 없다.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노조 관계자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결과적으로 김인규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며 "집행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수첩] 이틀간의 '출근저지투쟁'을 보고…
2009년 11월 25일 (수)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도대체 어디로 가야 돼?"
"절단기는 어디있어?"
MB특보 출신 김인규 KBS 신임 사장에 대한 KBS노동조합의 '출근저지 투쟁' 첫날인 24일. 200여명의 조합원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 모여 "오늘 김인규씨를 막아내느냐 못 막아내느냐에 '공영방송 사수'가 달려있다"며 한껏 결의를 다졌다.
▲ KBS노조 조합원 200여명은 24일 오전 8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MB특보 김인규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곽상아
하지만 노조 집행부도 "오후 2시쯤 김 사장이 출근을 다시 시도할 것"이라는 정보를 잘 알고 있었음을 감안할 때 노조의 대응이 허술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후에도 노조의 행보는 '우왕좌왕' 그 자체였다.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대거 본관으로 진입해 취임식이 열리는 TV공개홀 진입을 시도할 때도 이들에게는 아무런 전술이 없어보였다.
이쪽으로 우루루 몰려갔다가 문이 막히면 다시 돌아가고, 그쪽 문이 다시 막히면 돌아가고…또 막히면 그 자리에 몇몇은 앉아있고…나머지는 다른 곳으로 달려가고…하지만 또 막히고….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느냐" "집행부는 동선파악도 못했느냐" "지금와서 뭐하는 거냐" "누구 절단기 가진 사람 없느냐" 등 조합원들의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취임식이 진행중이던 오후 2시 15분경, 집행부 가운데 한 사람은 "취임식이 끝난 이후 김인규씨가 사장 집무실에 올라가지 못하도록 '엘리베이터 사수투쟁'을 하자"고 했다가 10분 뒤에는 다시 "김인규씨가 밖으로 나간 게 확인되면 민주광장에서 집회를 열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왕좌왕' 행보는 집행부에게 '김인규 입성 이후의 시나리오'가 없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집행부는 김인규 사장의 KBS본관 입성에 대해 "첫 출근이니까 정문으로 들어올 줄 알았다. 시청자상담실 문으로 들어갈 줄은 정말 몰랐다"(최재훈 부위원장) "사실 오늘 막아낼 수 있을 줄 알았다. 이렇게 뚫릴 줄 몰랐다"(강동구 위원장)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오후 3시, 노조가 민주광장에서 개최한 '정리집회'에서 "집행부는 별로 분노하는 것 같지 않다" "김인규씨가 KBS본관에 들어오면 어떻게 할지 노조가 미리 생각해놓은 게 있을 것 아니냐. 정교한 계획을 밝혀라" "오늘 이걸로 끝내는 것이냐. 이런식으로 투쟁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집행부는 정교한 로드맵을 세워라" 등 조합원들의 항의가 빗발친 것도 이때문이다.
출근저지투쟁 두번째 날인 25일도 마찬가지다. 취재차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 주차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7시 30분경. 주차장 앞에는 카메라 기자 몇명과 노조원 10여명이 서있을 뿐이었다. 40분경 강동구 위원장, 최재훈 부위원장을 비롯해 노조원들 몇몇이 더 모였다. 하지만 다 합해도 30여명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 25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여의도 KBS본관 6층 사장집무실 앞에 앉아있는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왼쪽)과 강동구 KBS노조위원장(오른쪽). ⓒ곽상아
"김인규씨가 노조에 당당히 맞서서 8시쯤 출근할 줄 알았다"는 강동구 위원장의 말도 옹색하기는 마찬가지다. 김 사장이 노조의 출근저지 시각에 '맞춰서' 출근해줄 줄 알았다는 말인가.
게다가 기자는 낙하산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려는 노조가 오전 7시 30분경에나 조금씩 모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YTN노조는 출근저지투쟁 당시 오전 7시 전에 집결해서 7시부터 집회를 진행하곤 했다. OBS노조는 특보출신 차용규 사장을 막기위해 철야농성을 진행하고, 오전 7시 전에 대오 정비를 끝내놓기도 했다.
그리고 만약 KBS노조가 낙하산 사장을 진정으로 막고자 했다면 사장 선임 이전에 "김인규씨가 사장이 될 경우 바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며 전 조합원을 상대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했어야 하지 않나?
현재의 총파업 투표 일정에 따르면, 투표 마감(12월 2일)까지는 1주일이 남아 있다. 시간이 갈수록 동력은 떨어질 텐데 과연 총파업이 가결될지, 가결된다 해도 형식적 수준 이상의 파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더구나 그 사이에 업무를 착착 진행해갈 김인규 사장이 그때 돼서 "알겠어. 낙하산인 나는 이만 갈게~"라고 하겠나.
특보출신 낙하산 사장이 착지해도 공영방송사 노조가 이 정도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 씁쓸하다. "낙하산 사장 저지를 위해 집행부 전원이 구속과 해고를 결의한다" "정의롭고 위대한 투쟁은 반드시 승리한다" "공영방송의 역사를 다시 쓰겠다"는 노조의 말이 공허하게만 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