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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팀 "단체교섭권 없다" 공지…변호사들 "노동3권 행사 가능"
2009년 12월 14일 (월)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KBS노동조합을 집단 탈퇴하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KBS가 "현행법에 복수노조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새로 설립된 노조는 회사를 상대로 한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이 모두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밤, KBS 법무팀은 사내게시판에서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복수노조와 관련하여 주요 법률적 쟁점사항에 대한 검토 의견을 문답 형식으로 게시하오니 참고하시기 바란다"며 새로운 KBS노조 설립의 법률적 쟁점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 지난 2일, KBS노동조합의 총파업 찬반투표 개표 장면 ⓒ KBS노동조합
그러나 법무팀은 "산별노조의 '지부'나 '분회'가 산별노조와는 별도로 지부만의 노조 규약과 집행기관을 구성하여 사실상 산별노조와는 독립된 단체로서 활동하면서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체결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복수노조'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와 같은 지부나 지회는 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팀은 이어 "기업별 노조와 산별노조의 '지부'나 '분회'의 노동3권 행사는 그 행사의 방법, 범위 및 주체 등에 있어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며 "산별노조의 '지부'나 '분회'는 산별노조의 규약과 집행기관의 통제를 받아야 하며, 산별노조의 의견에 반하는 사항을 결정할 수 없는 등 노조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 능력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KBS노동조합도 지난 10일 발표한 '새 노조건립 움직임, 당장 멈춰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새 노조는 존재근간인 단체교섭권과 행동권도 자체적으로 가질 수 없는 식물노조에 불과하다"며 "설령 우리가 지난해 조합원 2/3의 총의를 모아 탈퇴한 언론노조에 개별적으로 재가입하더라도 모든 것을 공영방송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는 언론노조 집행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치욕스러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권영국 민변 변호사는 "산별노조의 지부나 분회는 상급단체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야 하기 때문에 독자적 권한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복수노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노조 설립과 노동3권 행사 모두 가능하다"며 "대각선 교섭(기업별 단체 교섭의 현장에 산업별 단일 조합의 대표가 참여하여 개별 기업과 교섭하는 일)을 하거나 산별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사측과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 민변 변호사는 "현행 노조법 하에서는 단위 사업장 내에 병존하는 노동조합은 아무런 제한없이 단체교섭권을 보유·행사할 수 있다. 법원 판례상 기업별 노조와 산별 노조간 노동 3권 행사에는 차이가 없다"며 "(새로 설립될 KBS노조에게) 단체교섭권이 없다는 것은 회사측의 주장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KBS노조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새 희망, 새 노조를 준비하는 사람들' 담당 노무사도 "KBS에서 새로 설립될 노조는 기업별 노조에 준하는 독립단체가 아니라 산별노조 지본부의 위상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언론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을 받아 활동할 것"이라며 "사측이 합법 노조인 언론노조 산하 지부와의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구제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훈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새로 설립될 KBS노조가 합법인 이상 사측이 교섭을 무조건 거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만 교섭을 거부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돼 이른 시일내에 구제받을 수 있지만 '교섭중'이라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구제책이 없다. 법리적으로는 노동3권이 인정되지만 실질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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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민주화운동 20여년 역사…"막강한 권력에 중독된 것"
2009년 12월 11일 (금)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MB특보 출신 김인규 KBS 사장에 대해 KBS노동조합이 "해고와 구속을 결의하며 퇴진투쟁을 가열차게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을 당시 시민사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어느 시민단체도 직접적으로 연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노조의 낙하산 저지 투쟁에 시민단체가 이토록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KBS사장 해임→관제사장인 이병순 사장 선임' 과정과 이후 미디어악법 저지 국면에서 KBS노조의 본질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영묵 교수는 "현 KBS노조는 노사 문제 외에 공영방송 수호를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KBS노조 조합원 200여명은 김인규 KBS사장의 출근 첫날인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MB특보 김인규는 물러나라"고 외쳤다. ⓒ곽상아
그는 새로운 KBS노조 설립에 대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누가 사장이 되는지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부에서 강력한 견제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스>는 새로운 KBS노조 출범을 앞두고 과거 KBS노조가 돌아온 길을 짚어봤다. 각 언론사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했던 전현직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새언론포럼'이 펴낸 '현장기록, 방송노조 민주화운동 20년'을 참고했다.
◇1988년 5월 28일, KBS노조 출범
민주화열기가 뜨거웠던 1987년. MBC가 방송사 가운데 최초로 노조를 결성하자 KBS도 이에 자극받아 1988년 5월 28일 노동조합을 출범시켰다.
과거 KBS가 박정희의 유신 독재정권을 옹호하고, 광주학살의 주범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단군 이래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하는 등 독재권력의 나팔수 노릇을 해왔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직종별 갈등, 전국에 분산된 5천여명의 사원, 오랜 세월동안 길들여진 관영방송의 무기력한 분위기 등 악조건 속에서 출범된 KBS노동조합은 창립선언문을 통해 "구태의연한 타성과 관행, 그리고 무사안일의 껍질을 깨고 새로운 방송문화창조의 주역임을 자임한다"고 밝혔다.
◇1990년 4월, 서기원 사장 퇴진 투쟁
1990년 공보처가 당시 KBS 사장이었던 서영훈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퇴를 종용한 이후, 서 사장이 사퇴하고 후임으로 청와대 대변인, 국무총리 공보비서관 등을 역임한 친정부적 인물인 서기원씨가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에 KBS노조는 서씨를 '관제사장'으로 규정하고 36일간 퇴진투쟁을 진행했다.
경찰병력이 KBS내에 투입돼 노조원이 100명 넘게 연행되고 이중 10여명이 구속기소된 이 운동은 결국 서 사장의 퇴진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으나 정권의 폭력적인 방송장악에 타격을 주고 침체된 민주화운동에 국면전환의 계기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 각계 인사 70여명으로 구성된 'KBS지키기 시민모임'이 꾸려지는 등 평범한 시민과 학생들이 KBS노조의 투쟁을 지지하기도 했다.
▲ 2008년 8월 27일 오전 KBS본관 앞에서 이병순 KBS 사장(원 안)이 취임식장에 가기 위해 청원경찰을 동원해 'KBS사원행동'의 출근 저지를 뚫고 본관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KBS노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디어스
◇2003년 3월, 서동구 사장 퇴진 투쟁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인 서동구씨가 KBS 사장으로 선임된 2003년. KBS노조는 출근저지에 이어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당시 서동구 사장은 찬반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전격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 언론계는 그의 갑작스런 사표 제출을 놓고 △노조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 △파업찬반투표로까지 심화된 노사갈등 △강제 출근 이후 악화된 사내외 여론 등에 서 사장이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후임 사장으로는 KBS노조와 시민단체로 구성된 'KBS 사장 공동추천위원회'가 추천한 3인 중 한명이었던 정연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선임됐다.
서동구 퇴진 투쟁의 승리는 △KBS역사상 처음으로 정치권력과의 연결고리 일정부분 단절 △노조와 시민단체가 KBS경영과 진로에 참여하는 계기 마련 △'KBS사장추천위원회' 등으로 KBS사장 선임이 구성원, 시청자단체, 범시민사회의 영역으로 확장 △언론노조 운동의 자신감 회복 등이 성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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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미디어행동 "구성원들, 통렬한 반성해야"
2009년 12월 03일 (목)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KBS노동조합의 '김인규 KBS사장 퇴진' 총파업 투표가 부결된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는 "KBS가 '공영방송'의 길을 포기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는 것을 선택했다"며 "KBS는 냉엄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KBS노동조합의 총파업 찬반투표 개표 장면 ⓒ KBS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KBS구성원 스스로 부당한 낙하산 사장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다면 누가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킬 것인가. KBS구성원들의 통렬한 반성을 요구한다"며 "국민들은 KBS를 차가운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앞으로 KBS는 냉엄한 역사적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앞으로 언론인에게 쏟아질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면서도 "우리는 KBS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힘차게 싸우기를 요구하는 KBS구성원들이 여전히 다수라는 사실을 확인하며 이들과 함께 공영방송 사수를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그것이 이 시대 언론노동자들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5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디어행동도 3일 발표한 논평에서 "KBS 구성원들은 정권 특보 사장과 타협함으로써 '정권의 나팔수' 길을 선택했다. 더이상 KBS의 운명을 KBS구성원들에게 맡길 수 없게 됐다"며 "KBS의 본래 주인인 시민들이 직접 공영방송 KBS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밝혔다.
미디어행동은 "독재찬양의 하수인을 수장으로 선택한 KBS와 그 구성원들에 대해서도 심판할 것"이라며 "KBS노동조합은 총파업 부결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행동은 총파업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조합원 1500여명에 대해 "거대한 반대표의 집결은 조직적, 집단적 반대운동이 있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결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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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표 던진 쪽이 오히려 강동구 지지층"…'집행부 퇴진' 요구 높아
2009년 12월 03일 (목)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MB특보 출신 김인규 KBS사장의 퇴진을 위해 KBS노동조합이 진행한 총파업 찬반투표가 부결된 것을 두고, KBS내부에서는 "반대표를 던진 쪽이 오히려 강동구 집행부의 지지층이다. '김인규 퇴진투쟁'에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았던 강동구 위원장 역시 속으로는 '부결'을 바랐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 직원 A씨는 부결 원인에 대해 "KBS내에는 공영방송의 소명보다는 임금, 복지 등을 중요시하는 무리가 존재한다. 총파업 찬성표가 재적과반수를 넘기는 것이 KBS구조에서는 쉽지 않다"며 "반대한 1500여명에는 보도국 고참기자들, 기술직군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지난 달 25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여의도 KBS본관 6층 사장집무실 앞에 앉아있는 최재훈 KBS노조 부위원장(왼쪽)과 강동구 KBS노조위원장(오른쪽). ⓒ곽상아
A씨는 "특히 기술직군은 규모가 커서 투표를 안하면 표시가 나니까 다 참여해서 반대표를 던진 것 같다"고 전했다.
A씨는 "주목할 만한 것은 총파업 반대표를 던진 쪽이 도리어 강동구 집행부의 고정 지지층이라는 것이다. '김인규 퇴진투쟁'에서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았던 강동구 위원장 역시 속으로는 부결을 바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직원 B씨 역시 부결 원인에 대해 "조합원들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반대표를 던진 KBS내부 몇몇 직군은 기본적으로 공영방송인으로서 의식이 없는 것"이라며 "'월급만 올려주면 되지 않느냐' '나서봤자 우리만 손해다' '쪽팔리지만 김인규는 능력있다' '이병순보다는 낫다'는 건데 이같은 이기주의적, 편의주의적 생각이 결과적으로 '부결'로 나오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B씨는 "지난 몇년 사이 노조의 리더십이 약해졌고, 이제 회사측의 입장이 직원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조가 제대로 일을 하면 직원들도 노조를 따라갈 텐데 그러지 못하니까 (노조에) 기댈 수 없는 것"이라며 "이는 분명히 노조의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B씨는 "현 노조는 앞으로 '식물노조' 체제가 되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는 노조 간판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노조의 체면을 살려줄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이제 노사가 함께 수신료 인상에 매진하자'거나 '노조와 함께 공정방송을 해나가겠다'는 등의 발표들을 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KBS내부에서는 '집행부 퇴진'에 대한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한 보도본부 조합원은 "더이상 집행부가 노조원들을 설득해낼 수 없다. 집행부의 퇴진은 당연한 것"이라며 "하지만 지난 1년간의 행태를 볼때 현 집행부가 그런 상식적 결정을 내릴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조와 별개로 기본적으로 김인규 반대 투쟁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며 "보도본부 내에서도 노조와 관계없이 해나갈 수 있는 투쟁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른 조합원 역시 "이번 노조 집행부는 더이상 KBS에서 설 땅이 없다. 퇴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 노조 관계자는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결과적으로 김인규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며 "집행부가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원인추적 없이 '운송차질'만 부각, "상당히 불쾌해"
2009년 12월 01일 (화) 곽상아 기자 nell@mediaus.co.kr
철도공사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로 철도노조가 지난 26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공사측은 170여개의 단협 조항 중 무려 120여개의 항목의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근무체계 변경, 비연고지 전출허용, 정원관련 협의권 삭제 등 하나하나 마다 논란의 여지가 큰 사안이다. 공사측은 임금제도와 관련해서도 성과성 연봉제, 임금피크제, 직무성과급제 도입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 철도노조가 사측의 단체협상 해지통보에 맞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서울지역 철도노동자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다분히 정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공사의 단협 해지는 이명박 정부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노조 죽이기'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의 단협 일방 해지 등 전례도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배경의 심각함(?)과 달리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시민불편' '운송비상' '산업계 타격' 등 파업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만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노사의 입장은 '단순 나열'로 처리될 뿐이다. 노조가 왜 파업을 하게 됐는지, 공사의 단협 해지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추적해 보도하는 방송사는 한곳도 없었다.
철도노조의 파업 첫날인 지난 26일,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시민불편' '화물대란' 등을 집중적으로 전달했다.
▲ 왼쪽부터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26일 KBS, MBC, SBS 메인뉴스
MBC 역시 7번째 꼭지 <화물 수송 차질>에서 "사측이 일방적으로 (단협을) 해지했기 때문에 앞으로 노조와 사측 간에 최소한의 성실의무, 평화의무, 신의의무도 없어졌다" "노조와 적당한 타협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노조와 사측의 입장을 단순 전달했다.
하지만 이런 단순 나열만으로는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 힘들다. 철도노사의 갈등으로 인해 화물운송에 비상이 걸리고 시민들이 불편에 처했다는 것 정도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SBS에서는 이같은 단순 나열도 찾아볼 수 없었다. SBS는 6번째 꼭지 <화물운송 사실상 중단>에서 화물운송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전하며 "물량이 멈춰있는 만큼 우리 직원들은 그만큼 속이 타는 거죠"라는 화물운송업체 관계자의 말을 내보냈다. 노조의 파업 이유도 기사 말미에 "철도 공사 노사가 임금조정과 노조전임자 문제 등을 놓고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운송대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27일부터 30일까지의 방송 보도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화물 운송에 이어 이번엔 일부 여객 수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28일 KBS 7번째 꼭지 <여객수송도 차질>), "사흘동안 화물운송 차질로 인한 피해액은 22억원이다. 지난 2006년 3월의 나흘간 철도파업 기록을 깨는 역대최장기 철도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KBS 29일 2번째 꼭지 <급한 화물 우선 수송>), "철도노조의 파업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승객들의 불편이 본격 시작됐다"(29일 MBC 톱 <새마을.무궁화호 60%만 운행>), "국내 물류수송 중 철도가 맡고 있는 비중은 약 8%에 불과하지만, 시멘트와 석탄, 철강 등 생상활동과 밀접한 화물이 주를 이루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산업활동의 위축이 우려된다"(30일 MBC 두번째 꼭지 <생산위축 시작>), "철도수송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석탄, 철강, 유류 업계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30일 SBS 톱 <파업 닷새째...수송난 가중>) 등 '물류차질' '시민불편' '생산위축' 등의 보도만 넘쳐난다.
방송사들은 28일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평생 직장을 보장받는 공기업 노조가 파업하는 것은 국민들이 이해하기 힘들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단순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KBS는 29일 3번째 꼭지 <"손실 최소화해야">에서 "파업이 예견된 상황에서 화물운송에 대한 대비책을 철저하게 세우지 못한 것 같다. 파업에 따른 국가적 손실과 국민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재차 전달했다.
이에 대해 KBS시청자평가원을 지낸 공공미디어연구소 윤익한 연구원은 "최소한 철도노조가 왜 파업을 하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 파업이 '역대 최장기'라는 점을 뉴스로 다루려면 기존의 파업과 다른 양상과 성격, 양측의 팽팡한 입장,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등까지 고려해 역사적이고 종합적인 시각으로 다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연대 전규찬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현 정부의 주요 정책 중 하나인 '공공기관 민영화와 규제완화'에 노조가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사측은 이들과의 대화채널을 없애버리고 최후의 수단인 '파업'을 취하게끔 유도하고 있다. 이때 조중동은 준비된 프레임을 가지고 노조를 이기적 집단으로 몰고가는데 방송사들 역시 '시민불편' '물류차질'과 같은 고정된 프레임으로만 보도한다"며 "답답한 노릇"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 백남희 대변인도 "방송사들이 파업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고, '열차 운행률 저하' 등의 파업으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만 집중보도하고 있다"며 "상당히 안타깝다"고 밝혔다.
백 대변인은 "파업의 본질을 봐달라. 노동자들의 전체 삶을 틀지우는 단협을 일방 해지한 것은 노동자로서의 기본권리를 완전히 무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음에도 어느 언론도 공공기관의 일방적 단협해지가 갖는 의미와 심각성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사들이 "노조가 해고자 복직과 전임자 수 유지 등 잘못된 관행을 고집하고 있어 단협해지가 불가피했다"고 사측의 입장을 전달한 부분에 대해 백 대변인은 "해고자 복직은 상시적으로 곪아있는 문제였을 뿐 이번 파업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전임자 문제 역시 법령 개정에 따라 진행될 사안으로 이번 파업과 상관없는 문제"라며 "방송사들이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고 사측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 우리가 요구하지도 않은 것을 그대로 전달해 상당히 불쾌하다"고 밝혔다.
현재의 방송뉴스만 보면, 철도노조가 '왜' 파업을 하게 됐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일반 시민들의 '교통 불편'에는 호들갑을 떨면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는 철도노조원들의 현실에는 주목하지 않는 방송뉴스를 보며 답답함을 느낀다. 철도노조 파업 사태가 단순히 개별사업장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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